[기획기사] 확률의 배신은 끝나지 않았다

2026. 4. 14. 21:03·Game/메이플
메이플스토리, 5년간의 확률조작 연대기와 아직 남은 질문들

슬롯머신을 생각해 보자. 777 잭팟이 절대 터지지 않도록 기계를 조작해놓고, 그 사실을 손님에게 알리지 않았다. 손님은 잭팟을 믿고 돈을 넣었다. 10년 넘게.

2021년, 메이플스토리에서 정확히 그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26년 지금, 같은 회사가, 같은 이름을 달고, 같은 일을 반복했다.

▲ 추가옵션 확률 균일화 공지사항 / 출처: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2021: 불꽃이 드러낸 것

시작은 2021년 2월이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의 '추가옵션 확률 균일화' 패치를 테스트 서버에 올리면서, 그동안 확률이 균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환생의 불꽃'이라는 아이템의 옵션 부여 로직에 가중치가 적용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작위라고 믿었던 것이 무작위가 아니었다.

유저들이 뒤집어졌다. 확률 공개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가 벌어졌고, 넥슨은 압박에 밀려 큐브 확률을 공개했다. 그런데 공개된 확률에서 더 큰 문제가 나왔다. 보스 공격력 3줄 중복, 이른바 '보보보' 옵션의 출현 확률이 0%로 설정되어 있었다. 잭팟이 존재하지 않는 슬롯머신이었던 것이다. 2010년 큐브 도입 이후 10년 넘게.


▲ 과징금 116억 / 출처: MBC NEWS 유튜브

 

2024: 116억의 무게

공정거래위원회는 3년간 직권조사를 벌인 끝에 2024년 1월, 넥슨에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했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제재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었다. 넥슨이 2010년부터 인기 옵션의 출현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낮추고도 알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기존과 동일하다'는 거짓 공지까지 발표한 것이 확인됐다.

숫자로 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연간 큐브 구매 상위 10명 중 1년에 최대 2억 8천만 원을 쓴 유저도 있었다. 그 돈이 조작된 확률 위에서 쓰였다.

넥슨은 과징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던 이 소송은 2026년 3월 18일자로 변론이 재개됐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메이플키우기 환불 공지사항 / 출처: 메이플키우기 홈페이지

 

2026: 같은 이름, 같은 실수

2025년 11월 출시된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는 6주 만에 매출 1,500억 원을 돌파하며 구글·앱스토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찍었다. 메이플스토리 IP의 저력을 보여주는 성적이었다.

그런데 2026년 1월, 대만 유저의 실험 결과가 한국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뒤집어졌다. 어빌리티 시스템에서 최대 수치가 아예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개발 과정에서 확률 계산식의 '이하'를 '미만'으로 잘못 입력한 휴먼 에러라는 게 넥슨의 해명이었다. 문제는 넥슨이 이 사실을 12월 초에 인지하고도 유저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수정 패치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2021년과 같은 구조다. 확률에 문제가 있었고, 알고도 말하지 않았다.

여기에 공격 속도 수치가 일정 구간 이상에서 실제 성능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까지 겹쳤다. 공격 속도는 등장 확률 2.5%의 상위 티어 옵션이었다. 유저들은 존재하지 않는 성능을 위해 돈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넥슨은 결국 전액 환불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2025년 11월 출시일부터 2026년 1월 28일까지 결제된 모든 상품이 대상이다. 환불 규모는 최대 1,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메이플본부장을 직접 겸임하고, 기존 본부장은 경질됐다.


반복되는 패턴, 쌓이지 않는 신뢰

5년간의 타임라인을 놓고 보면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확률에 문제가 생긴다. 유저가 발견한다. 넥슨이 사과한다. 보상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다음 게임에서 같은 일이 반복된다. 2021년 환생의 불꽃, 2024년 큐브, 2026년 메이플 키우기. 이름만 바뀌었을 뿐 구조는 같다.

넥슨의 보상 규모는 매번 커졌다. 2024년에는 유저 80만 명에게 219억 원을 보상했다. 2026년에는 최대 1,400억 원을 전액 환불했다. 하지만 보상이 커질수록 되묻게 된다. 왜 매번 보상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가. 보상은 점점 커지는데, 사과문의 문장은 매번 같다.

서든어택에서 확률 조작으로 과징금을 맞은 것이 2018년이다. 그때도 넥슨이었다.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조작이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이 2024년이다. 공정위는 "두 번째 위반이므로 2배 가중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남은 질문

2026년 4월 현재,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조작에 대한 116억 과징금 행정소송은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3월 18일 변론이 재개됐다.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가 생기기 전의 행위를 소급 적용해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유저들에게 남는 질문은 하나다.

다음에 메이플스토리라는 이름이 붙은 게임이 나왔을 때, 그 게임의 확률을 믿을 수 있는가. 넥슨은 매번 사과했고, 매번 보상했다. 하지만 신뢰는 보상으로 쌓이는 게 아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으로 쌓인다.

5년이 지났다. 넥슨은 매번 달라지겠다고 했다. 달라진 건 보상 금액뿐이었다.

 

- 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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